한강버스를 타고 여의도 불꽃축제를 보러 가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벽이 있습니다. 행사 당일엔 여의도 내부 도로가 단계적으로 통제되고, 버스가 정류장 두세 개를 건너뛰거나, 심하면 다리 위에서 한참 서 있다가 강 건너로 회차해버리기도 하죠. 저는 2022년엔 버스 안에서 40분 가까이 갇혀 있다가, 하차도 못 하고 되돌아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행사장 바로 앞에서 내리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다음 해에는 ‘한 정거장 앞 하차’와 ‘분산 귀가’ 전략으로 30분 일찍 들어가고, 40분 빨리 빠져나왔습니다. 그 노하우를 정리합니다.
입장 동선 짜기: 한강변 바로 하차 대신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리는 이유
행사 당일 오후 3시 이후, 여의서로와 국회 주변 차로는 신호 한 번에 거의 움직이지 않습니다. 이때 버스가 “여의도 한복판 정류장”까지 들어가려다 발이 묶이면, 운전기사님도 고생이고, 승객도 낭패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의도 진입 직전 정류장에서 내립니다. 예를 들어 마포대교 남단 쪽이나 당산 방면 교차점처럼 ‘다리 끝’ 혹은 ‘섬 입구’에 가까운 정류장이 안전합니다. 거기서 강변 쪽으로 10~15분만 걸으면 여의도공원 남쪽 잔디밭이나 물빛무대 라인에 닿을 수 있어요.
초행자 실수는 “행사장 앞에서 내려야 한다”는 집착입니다. 하지만 마지막 700m가 20분을 잡아먹습니다. 반대로 한 정거장 앞에서 내리면, 사람 흐름을 비껴 걷고, 편의점 줄도 짧습니다. 저는 4시쯤 섬 입구에서 내려 그늘로 이동, 간단히 간식 먹고 자리 잡습니다. 바람 방향을 확인해 연기가 뒤로 흐르는 지점(대체로 바람 상류 쪽 경계)을 고르면 시야가 더 맑습니다.
귀가 루트 두 가지 플랜: 당산·샛강 방향 걷기 vs 버스 환승
불꽃이 끝나는 9시 전후엔 모두가 동시에 움직입니다. 이때 ‘한 방향’으로만 몰리면 지하철 입구 앞이 병목이 되죠. 저는 항상 플랜 A와 플랜 B를 둘 다 준비합니다.
- 플랜 A(도보 귀가): 여의도공원 동측에 자리를 잡았다면 샛강생태공원 쪽으로 빠져 샛강역으로 이동합니다. 잔디→생태공원 보행로→역 입구까지 18~25분. 가족 동반이면 유모차로도 가능한 경사입니다. 반대로 63빌딩 쪽이면 당산역 방향이 낫습니다. 원효대교 북단을 바라보고 걷다가 당산역으로 틀면, 다리 아래 구간이 비교적 덜 붐벼요. 실측 기준 22~30분.
- 플랜 B(버스 환승): 행사 중심부에서 10~15분 정도 외곽으로 걸어 나온 뒤, 통제가 풀리는 여의서로 바깥 정류장에서 탑니다. “여의도 내부 정류장” 대기열이 50m 넘게 늘어설 때, 외곽 정류장 대기는 10~15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행사 공지에 따라 노선 우회가 잦으니, 해당 정류장 전광판에서 ‘우회 중’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두 플랜을 지도앱 즐겨찾기에 미리 저장해 두면, 현장에서 상황에 따라 즉시 전환하기 쉽습니다.
통제 구간 실시간 확인법: 경찰·시청 공지, 지도앱 알림 설정
행사 당일엔 “평소 동선”이 통하지 않습니다. 제가 쓰는 체크 루틴은 이렇습니다.
- 서울교통정보시스템(서울 TOPIS)에서 행사명 검색 후, 도로 통제 공지 확인
- 서울시·영등포구·서울경찰청 공식 SNS(X 등) 팔로우, 알림 켜기
- 네이버·카카오·T맵에서 목적지(여의도 한강공원) 길찾기 저장 후, 실시간 혼잡·우회 알림 수신
- 자주 타는 버스 노선은 ‘관심노선’으로 등록, 임시 우회 안내 팝업 체크
핵심은 “출발 30분 전”과 “도착 500m 전” 두 번 확인입니다. 버스 안에서 우회 알림이 뜨면, 다음 교차로나 다리 앞에서 미리 하차를 누르고 내려 걸으세요. 그 5분의 결단이 25분 지연을 막아줍니다.
가족·유아 동반 준비물과 대기 시간 줄이기 요령
아이와 함께라면 “가볍고 빠르게”가 정답입니다. 제가 실제로 챙기는 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1×1.5m 소형 돗자리와 얇은 담요: 저녁 바람이 차갑습니다.
- 소음 감소용 귀마개(유아용 헤드밴드면 더 좋음): 첫 발사 때 놀라지 않게.
- 작은 손전등 또는 휴대폰 라이트: 귀가 때 발밑 확인용.
- 간식 2종(단맛+짭짤): 대기 중 컨디션 유지. 물은 작게 여러 병.
- 간이 우의 또는 바람막이: 바람 불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집니다.
- 아이 이름·보호자 연락처 메모 스티커: 만일을 대비.
자리 잡기는 4시대가 적정합니다. “정면 명당” 욕심 대신, 출구와 보행로가 가까운 측면 자리를 택하세요. 화장실은 해 지기 전 미리 다녀오는 게 좋습니다.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 편의시설이 많은 건물(백화점·IFC 등) 화장실을 먼저 이용하고, 이후에는 행사장 내 이동을 최소화합니다.
임시 노선·막차 연장 체크리스트: 전날 저녁에 해야 할 점검
행사 전날 오후 9시쯤, 아래 항목을 한 번에 점검합니다. 캡처해서 폴더에 저장해 두면 현장 판단이 빨라집니다.
점검 항목 | 확인 방법 | 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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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통제 시간/구간 | 서울시·경찰 공지 | 시작·해제 시각 구분 |
버스 임시 우회 노선 | 지도앱·버스정보시스템 | 대체 정류장 이름 기록 |
막차 연장 여부 | 서울시·운수사 공지 | 방향별 막차 시간 캡처 |
대체 귀가 포인트 | 샛강/당산/여의나루 | 도보 거리와 경로 저장 |
교통카드 잔액 | T머니/페이 앱 | 현장 충전 줄 피하기 |
날씨·바람 | 기상앱(풍향) | 자리 선택 기준 반영 |
막차는 “연장된다”는 소식만 믿지 말고, 내가 타는 방향의 정확한 시각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강북 귀가인지, 강남 귀가인지에 따라 막차 시각이 다를 수 있어요.
실제 체험담 루트 공유: 오후 입장→관람→분산 귀가 성공 패턴
제가 작년에 쓴 동선입니다. 출발지는 강남역, 귀가는 마포.
- 15:40 강남역 출발, 강변북로 정체를 피하려고 한강 다리 진입 전 정류장에서 하차하기로 마음먹음
- 16:20 여의도 진입 직전 정류장에서 하차(한 정거장 앞). 편의점에서 물·과자 구매 후 보행로로 이동
- 16:40 잔디 구역 측면 자리 확보. 바람 방향 확인하고 돗자리 깔고 휴식
- 19:50 간단히 간식, 아이 귀마개 착용, 담요 준비
- 20:00~20:40 메인 쇼 관람. 연기 흐름이 뒤로 빠져 시야 깨끗
- 20:50 인파가 본격 이동하기 전, 보행로로 먼저 빠져나옴
- 21:15 샛강생태공원 진입, 군중이 분산되어 보행 속도 유지
- 21:25 샛강역은 혼잡해 보였고, 미리 저장한 플랜 B로 전환: 외곽 버스 정류장 이동
- 21:35 통제 해제된 외곽 정류장에서 한 대 보내고 다음 차 탑승
- 22:10 마포 도착
핵심은 “한 정거장 앞 하차”로 입장을 빨리 하고, “샛강·당산 양갈래 분산”으로 귀가 병목을 피한 것입니다. 버스만 고집하지 않고, 도보→버스/지하철을 상황에 맞게 섞어 쓰면 체력과 시간을 둘 다 아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 당부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식 공지를 항상 최우선으로 보세요. 임시 통제와 우회는 매년 조금씩 다르게 적용됩니다. 둘째, 동행자의 컨디션을 기준으로 의사결정하세요. 10분 덜 멋진 자리를 고르더라도, 들어가고 나오는 길이 편하면 그날이 끝까지 즐겁습니다. 올해도 안전하고 여유롭게, 한강버스로 불꽃을 보러 가봅시다.